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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랩피플] 세상을 바꾸는 챌린지에 초대합니다 - 김진수, 김태훈, 최상현 교사

2022-03-02

새해를 맞아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연재 <퓨처랩 피플>.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 창작자, 예술가 등 퓨처랩과 함께 창의창작 커뮤니티를 만들고 가꾸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합니다. 세 번째 인터뷰이는 <마이크로비트 글로벌 챌린지(MGC)> 전문위원단입니다. 지난 2월 둘째 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MGC 2022와 창의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퓨처랩은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창작 도구로 활용하는 창의학습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2021년부터 BBC마이크로비트교육재단과 협력하여 <마이크로비트 글로벌 챌린지(micro:bit Global Challenge, MGC)>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MGC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초소형 컴퓨터 마이크로비트로 UN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를 만들며 컴퓨팅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세계시민의식 등을 키우도록 돕습니다. MGC에 제출된 프로젝트는 전 세계 50여 개국 아이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대회인 do your :bit에 자동 진출됩니다. MGC 2022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교육자들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비트 글로벌 챌린지 2022

MGC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교육 현장에 꼭 맞는 지원을 하기 위해 현직 초중등학교 교사 13명으로 구성된 전문위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퓨처랩과 MGC 전문위원단은 SW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아이들과 챌린지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자료를 만들어 공개하고, 3~5월에는 온라인 교사연수를 운영합니다. MGC 전문위원 대구 비봉초 김진수, 제주 도남초 김태훈, 김포 향산초 최상현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MGC 2022, 어떻게 준비했나요?    

새 학기 준비로 바쁘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들은 어떤 인연으로 MGC 2022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나요? 

최상현: 대학 때부터 SW교육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SW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지역에서 교사 연구모임도 이끌고 있습니다. 그러다 작년 MGC 전문위원 제안을 받았습니다. SW를 자기표현의 도구로 활용하는 문화를 만든다는 행사 취지에 크게 공감했어요. MGC와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SW기능을 익히기보다 SDGs 같은 주제나 자기 관심에 몰입하도록 돕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김태훈: MGC 자문을 맡고 계신 김수환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전문위원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과 “위로부터의 교육(교수자 중심)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교육(학습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전문위원 제안을 받고 MGC가 교사들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MGC를 보니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 같았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올해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김진수: 저는 올해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마이크로비트를 이용한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SW교육 콘텐츠를 만들거나 도서지역,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SW교육을 하기도 했죠. 이런 경험 덕분에 저를 전문위원으로 초대해 주신 것 같아요.  

대구 비봉초등학교 김진수 선생님

 

작년부터 MGC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김태훈, 최상현 선생님에게 묻고 싶어요. 작년과 올해 MGC를 비교한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상현: 작년 MGC는 처음 론칭한 대회인데도 3,0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걸 굉장히 기다렸던 게 아닐까요?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았습니다. 코딩이 어려우면 그림으로 그려서 내고, 그걸 보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고. 또, MGC가 BBC마이크로비트교육재단과 협력하고 있어 글로벌한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올해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교육자료의 질이 올라간 거예요. 작년 경험을 바탕으로 퓨처랩이 디테일한 가이드를 주셨고, 전문위원들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습니다. 전문위원들이 모두 현직 교사들이라 실제 수업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교안을 만들었습니다.  

김태훈: 동의해요. 작년에는 론칭에 의의를 두었다면 올해는 내실을 다진 것 같습니다. SDGs와 SW융합 교안 개발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탐구하도록 돕고, SW 전문가가 아닌 일반 선생님들도 쉽게 접근하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이번 MGC 교안의 주제와 수준이 다양하여 초중등 학교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SW 외에도 많은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퓨처랩과 현직 교사들이 함께 개발한 MGC 교안

퓨처랩과 MGC 전문위원단이 만든 SDGs와 SW융합 교안이 무척 기대됩니다. 교안을 만들며 느낀 점이 있나요?

김진수: 두 딸이 매일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데, 어린이가 폭염에 통학버스에 갇혀 있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엄청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통학버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마이크로비트로 예방하는 교안을 만들었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SW기술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효능감이 생긴 것 같아요. 교안을 보는 분들도 자신의 힘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김태훈: 우리는 매일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사회 문제를 접하는데, 그걸 내 문제라고 느끼기 힘든 것 같아요. MGC를 통해 아이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며 ‘내 문제’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니까요. 무언가를 만들면 더욱 관심이 깊어지고 성취감도 느낄 것 같아요. MGC 교안이 이런 교육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교실에서 창의적 배움 설계하기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SW기반의) 창의학습이란 무엇인가요? 자신의 수업에서 중점을 두거나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진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자신만의 아이디어나 방법을 생각해볼 때 창의적 배움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밍도 중요하고, 메이킹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공감하며,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일 같아요.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체감하고, 관심 가질 수 있고 교육적,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수업 주제를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우리의 일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최근 코로나 시대 교실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수업이 기억에 남네요. 

김태훈: 창의란 개인의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표현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를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컴퓨터는 어떤 용도로든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한 도구”라는 문장을 본 적 있습니다. SW는 어떤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예술가의 붓 같은 도구인데, 아이들이 이걸 활용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면 좋겠어요. 거창한 문제 해결이 아니더라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교육은 이걸 돕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아이들과 ‘메이키 메이키(Makey Makey)’로 디지털 악기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아이들은 자기 목소리를 녹음하여 악기 소리로 만들거나 정말 독특한 모양의 악기를 만들어요.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기만의 악기가 탄생하는 거죠. 컴퓨터를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도구가 아니라 악기를 만들고 연주하는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최상현: 2012년부터 소프트웨어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SW기능 위주로 수업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배운 걸 하나도 기억을 못하더라고요. 그제야 ‘아, 내가 잘못 가르쳤구나!’하고 깨달았습니다. 그 뒤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수업을 바꾸어 나갔습니다. 저는 수업을 설계할 때에는 친절하게, 수업 시간에는 불친절한 교사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결과물이 좀 별로더라도 아이들이 직접 해보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친구들과 나누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끼리 만들고, 공유하고, 피드백 주고받고,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도록 지도합니다. 저는 큰 주제를 정하고, 관심이 비슷한 아이들을 연결하고, 코딩이 부족하면 조금씩 도와주고 있습니다.   

제주 도남초등학교 김태훈 선생님

공교육에서 창의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황은 어떤가요? 학교에서 창의학습을 실행하는 데 걸림돌과 개선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진수: 우리 아이들은 수학학원이나 미술학원에는 따로 다니지만, 창의학원에는 따로 다니지 않습니다. 이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나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이 사교육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창의교육만큼은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것 같습니다. 창의학습은 특별한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국어, 수학, 사회 등 모든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아이디어의 양과 질은 충분한데, 그걸 표현하고 전달하는 연습은 필요한 것 같아요. 음악, 미술, SW 등을 활용하여 자기 생각을 표현하도록 돕는다면 그게 창의학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상현: 최근 몇 년 간 교사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SW교육을 예를 들어 창의학습을 말씀 드리자면 똑같은 예제를 따라 하며 SW기능을 배우는 것보다 아이들이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교육에서 창의적인 SW교육이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는 실과 과목에서 17시간의 SW교육을 하는데, 담임 교사가 코딩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외부 강사를 통해  수업이 진행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SW와 다른 교과목을 연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창의 학습을 위한 SW교육이 아니라 기능을 배우기 위한 SW교육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SW교육의 시수 자체도 부족하여 SW교육의 시수를 늘리는 등의 전반적인 교육과정의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김태훈: SW뿐만 아니라 공교육 전반이 창의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과정도 그렇고, 최근 발표된 2022 교육과정도 자기주도성, 창의와 혁신, 포용성과 시민성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걸 목표합니다. 많은 선생님이 아이들의 미래역량 중 하나인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환경은 더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김포 향산초등학교 최상현 선생님

MGC와 함께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요!

전문위원들도 MGC 참가자로서 각자 교육현장에서 해커톤 진행할 텐데요. 선생님들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최상현: 해커톤에 참여하기 위해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저희 학교는 초중등 통합학교여서 초등 4학년부터 중등 1학년까지 15명의 동아리원 선발도 마쳤습니다. 동아리와 함께 한 학기에 걸쳐 해커톤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저희 학교는 도농복합도시 김포, 그중에서도 한강 주변의 철새보호구역에 위치해 있는데요. 최근 인근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조류 서식지에 여러 환경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간에게 편리한 것이 자연과 조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보고,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김포시에 조류 생태 환경을 위한 민원을 넣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태훈: 저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데요. 제2공항 건설, 비자림로 확장 공사 등 개발 이슈가 많이 있습니다. 지역 문제와 수생태계 보전, 육상생태계 보전 같은 챌린지 주제를 어떻게 연결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자기가 나고 자란 곳의 문제라 더욱 와닿을 것 같고요. MGC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보고, 생각하고, 노력해보는 경험을 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MGC에 참여하면  BBC교육재단의 do your :bit에 자동 응모되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전 세계 50여 개국 어린이들과 아이디어를 겨룬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대됩니다.

김진수: 이번에 새로 부임한 학교는 총 7개 학급, 학급당 인원수는 15명 정도 되는 소규모 학교입니다. 먼저 아이들과 라포를 형성하고, 해커톤을 진행하기 위한 환경이 준비되면 참가하겠습니다. 학교 규모가 작으니까 대구 지역의 다른 선생님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희주 챌린저의 <반려 동물을 위한 먹이 알람>(MGC 2021)

마지막으로 동료 교육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김태훈: 퓨처랩 컨퍼런스에서 대전에 계신 호영민 선생님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작년 여름, 제가 진행한 교사연수에 참가했던 분이에요. 당시만 해도 코딩을 처음 접하셨는데, 지난 학기에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여 아주 멋진 미술 수업을 하셨더라고요. 마치 다른 기관으로 혈액을 보내는 심장처럼, 제가 호영민 선생님에게 심장의 역할을 하고, 또 그분이 아이들에게 심장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았어요. MGC 2022에 참가하여 서로에게 심장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아이들이 경쟁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보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세요. 시작은 어렵지만, 한편으로 설레는 일이기도 하죠. 주변을 둘러보면 선생님을 도와주실 좋은 동료가 많을 겁니다. 


김진수: MGC 2022는 SDGs를 주제로 하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인문사회적 관점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을 실험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MGC 교안을 선생님의 수업에 맞게 재구성해서 해커톤을 진행해보면 재미있을 거예요. 이번 대회가 학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작은 날갯짓이 사회를 움직이고 세계를 변화시킵니다. MGC 2022에 함께해 주세요.  


최상현: MGC 2022는 SW교육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교육자라면 누구나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다양한 교과 선생님들과 함께 창의학습을 만들고 경험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동안  수많은  실패를 해보았고 이를 통해 조금 더 발전하는 창의 학습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아이들과 컴퓨터실에 가보세요. 아이들은 어떻게든 해낼 겁니다. 두려움 대신 설레는 마음으로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글 | 그림 (퓨처랩 창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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