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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환경 조성] 다시 만난 세계 -Verse

2022-03-02

퓨처랩은 미래세대가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의 고유한 창의성(originality)를 발견하고, 마음껏 발현할 수 있는 창의 환경을 조성합니다. 그중 SEED는 퓨처랩의 대표적인 청소년 창의 워크숍으로, 시즌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예술, 인문, 테크 등 다양한 분야 간 통섭적인 학습을 지향합니다. 지난 1월 4주 동안 진행된 SEED 시즌 10 <다시 만난 세계: VERSE>.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탐구하고, 나와 세계를 긍정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와 관계한 세계에 귀 기울이다 

SEED 시즌 10의 기획은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던 작년 초에 시작되었습니다. 평소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가 인류의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보며, 내가 어떤 세계와 관계 맺고 있는지 알고, 어떻게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지 고민하는 일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함께 연결된 관계 속에 존재하는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우리와 관계한 세상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세계를 어떻게 청소년과 함께 탐험해 나갈지 여러 예술가, 과학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SEED 시즌 10 [다시 만난 세계: -Verse]를 기획했습니다.   


세계로의 탐험을 준비하다 

가장 먼저 기획에 큰 영감을 준 미시세계를 탐험하는 과정을 설계했습니다. 바이러스나 병원균 입장에서 전 세계 사람을 감염시키거나 역으로 인간의 입장에서 퍼지는 전염병을 통제하고 치료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의 상황을 차용해 미시 세계 속 존재와 인간의 생존 방식을 탐구하고 공존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했습니다. 다음으로 지구 밖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사하는 천문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소리와 신호 체계를 이용해 외계로 우리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미디어아트를 창작해보고 무한한 질문으로 가득 찬 우주라는 공간을 탐험하고자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상 공간에서의 간접 경험에 익숙한 아이들이 ‘불’을 매개로 몸의 움직임과 감각을 활용한 노동(?)을 통해 현실 세계를 감각적으로 탐험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각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3개의 워크숍을 기획해, 아이들 20명과 함께 탐험을 시작했습니다. 

 

1월 한 달간 진행된 아이들의 탐험 과정은 어땠을까요? 

나와 세상의 조각을 발견하다 

살아남아라 바이러스!  

워크숍 <살아남아라 바이러스!>에 참여자들은 첫날부터 전문가 포스를 뽐내며 감염 검시관으로 변신했습니다. 특수 물감으로 만든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친구들의 오염 상태를 측정하며, 곳곳에 있는 박테리아, 세균, 미생물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하루 안 씻은 친구의 발, 열심히 장작을 패고 있던 친구의 손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채취한 샘플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배양 과정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기다리며 기생충 박물관으로 현장 탐사(?)도 다녀왔습니다. 미시 세계를 탐험하는 친구들은 첫날 수집한 미생물, 세균을 배양해 어디가 제일 더러운지를 공개해 워크숍에 참여한 친구들 모두 자연스럽게 위생에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 함께 공존하고 있는 수많은 미시 세계 생물을 발견하는 신비를 함께 느끼며, 우리가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철학적인 고찰(?)을 얘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불의 미로  

워크숍 <불의 미로>에 참여한 친구들은 오직 나무와 도끼, 성냥만 있는 작업 공간에서 불을 피우라는 미션을 받고, 난데없이 장작 패기 노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각자의 불을 피우기 위해 애쓰던 아이들은 더 큰불을 만들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장작을 패오고, 또 다른 사람은 불이 꺼지지 않게 계속 공기를 넣어주고, 잘 탈 만한 각종 재료를 가져와 불에 던져넣으며 실험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고된 노동이 만든 자연스러운 유대일까요? 다른 워크숍에 참여한 친구들이 장작 패기에 관심을 가지면, 자신이 맡은 노동의 고됨(?)을 덜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장작 패는 방법을 전수해주었습니다. 이후 구들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의 분업과 협업이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공통된 몸의 감각을 통해, 아이들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협력하는 법을 익힐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혹은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경험하지 못하는 많은 몸의 감각들(작은 예로 가위질, 칼질)을 깨워주는 일이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불리는 이 친구들에게 더욱 소중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주로 보내는 메시지 

우주로 보내는 메시지에 참여한 친구들은 첫날 천문학자의 발자취를 따라 영화, 소설,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지적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해 어떤 시도와 노력을 쏟고 있는지 탐구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외계에서 온 메시지를 해독해보기도 하고, 자신만의 소리로 신호 체계를 설계해 외계로 보내는 메시지를 만들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외계로 보내는 메시지임에도 공통으로 담고 있는 점은 바로 ‘나’를 중심으로 관계된 이야기, 사람, 사물, 환경을 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결국 자신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외계에 우리 존재를 알릴 수 있다는 배움을 얻은 친구도 있었고, 자신의 꿈인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더 다양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친구도 있었습니다.  

 



SEED의 특징은 워크숍 간 경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탐험 과정에 관심을 갖고, 서로가 탐험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여러 층위로 구성된 세계의 일부를  탐험하면서 인지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며 사고가 확장될 수 있었고, 더불어 세계 속 나의 존재를 깊이 이해하며 나만의 고유성(창의성)을 발견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작은 씨앗이 되어 자신을 더 잘 알아가는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멈추지 않는 퓨처랩의 탐험 

이번 SEED 시즌 10 기간 동안 아이들의 탐험 과정을 관찰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즐거웠지만, 한 가지 더 특별히 더 기쁜 소식이 있었는데요. 바로 중학생 때부터 퓨처랩에 왔던 크루 친구가  성년이 되어 다시 퓨처랩에 방문해 작업을 함께 진행했고, 초등학교 때 참여했던 친구가 고등학생이 되어 이번에는 보조 작가로 함께 워크숍 진행에 참여한 것입니다. 퓨처랩의 실험과 시도에 함께 한 친구들이 다시 퓨처랩으로 와서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친구들을 돕거나 다시 자신만의 창작을 이어가는 모습이 진심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스무살 청년이 되어 돌아온 퓨처랩 키드 성민
워크숍 참가자에서 보조 작가로 성장한 승훈

이렇게 퓨처랩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한 탐구 과정을 스스로 해나갈 수 있는 친구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청소년들이 고유성을 발견하고 발현할 수 있도록 퓨처랩의 창의 환경 연구를 위한 탐험은 계속됩니다! 

 

글 | 소소 (퓨처랩 창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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