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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랩 피플] 래트로폴리스로부터 - 카셀게임즈 황성진 대표
새해를 맞아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연재 <퓨처랩 피플>.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 창작자, 예술가 등 퓨처랩과 함께 창의창작 커뮤니티를 만들고 가꾸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합니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퓨처랩 인디게임 창작지원 프로그램 <스마일게이트멤버십>의 졸업생이자 2019년 최고의 히트작 <래트로폴리스>를 만든 게임 개발사 <카셀게임즈>의 황성진 대표입니다. 지난 1월 둘째 주, 카셀게임즈 사옥에서 황성진 대표님을 만나 게임 창작과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 인디게임의 저력, 카셀게임즈
안녕하세요! <퓨:레터>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래트로폴리스>를 기획한 카셀게임즈(Cassel Games) 대표 황성진입니다. <래트로폴리스>는 제가 서강대학교 게임&평생 교육원을 다니던 중에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팀원들과 함께 개발한 게임입니다. 점수를 받고 개발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른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임하여 18개월 동안 초기 버전을 개발하였습니다. 이후 여러 공모전과 스마일게이트멤버십(Smilegate Membership, SGM)에 참여하며 카셀게임즈의 가능성과 비전을 확인했고, 2019년 정식 창업했습니다. 현재 저를 포함한 5명의 팀원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카셀게임즈의 첫 번째 작품 <래트로폴리스>가 국내외 인디게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래트로폴리스>의 성공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요.
정말 감사하게도, 게임을 출시하자마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2019년 11월 게임 배급/판매 사이트 스팀(Steam)에 얼리 액세스 버전을 공개하고 Top Selling 1위를 찍었습니다. 크라우드펀딩도 300% 넘게 달성했고요. 이런 성공은 다음 작품을 만드는 발판이 됩니다. 재정적인 부분은 물론 팀원들은 자신감이 생겼고,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투자를 제안해주신 곳도 꽤 있었는데요. 죄송하지만 전부 거절했습니다.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보다 완성도 있는 게임으로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회사를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초기 운영자금은 크라우드펀딩과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게임창작오디션 상금으로 마련했습니다. 조금씩 아껴 쓰다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재정적인 부분이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지원금은 소규모 게임 개발사에게 큰돈이니까요. 공공의 지원으로 회사 운영을 안정화하고 지금까지 이끌어 왔습니다.
21년에는 기존 <래트로폴리스>의 관리와 모바일 버전 출시, 차기작 준비로 바빴어요. <래트로폴리스>는 PC게임인데요. 유저들의 요청으로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모바일 게임 개발은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많이 했습니다. 화면이 작으니까 글씨가 잘 안 보인다든지,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발생했어요. 특히 아이폰은 제약 조건이 많아서 프로그래머가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22년은 차기작 <래토피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드디어 차기작이 나오는군요! <래토피아>는 어떤 게임인가요?
<래토피아>는 도시를 건설하고 경영하는 샌드박스형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쥐들의 지도자가 되어 자원 수집을 명령하고, 세금을 징수하며, 도시를 꾸며 나가는 내용입니다. <산소미포함>, <림월드>와 비슷한 게임이에요. 올해 안에 데모 버전 공개를 목표하고 있고요. 빠르면 상반기 플레이엑스,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선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도전해보는 장르라 아마도 부족한 점이 많을 텐데, 뜨거운 관심과 날카로운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완성하겠습니다.
행복을 전하는 게임 전도사
대표님은 언제부터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나요? 게임 창작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게임은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게임은 어려운 환경을 벗어나게 하는 도피처였고, 우울증 치료제였습니다. 게임에 몰입해 있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점차 해외 게임도 찾아보고, 외국어까지 공부해가며 또 찾아보고,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친구들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해외 게임에 금방 흥미를 잃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은 초등학교 5, 6학년 때부터 꾸준히 만들었습니다. 처음 만든 건 코딱지를 날려 상대방을 공격하는 게임입니다(웃음).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에디터로 만들었는데, 점차 워크래프트 유즈맵 에디터, RPG 메이커 등 다양한 게임 개발 도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를 만났습니다. LoL을 하면서 나도 내가 만든 게임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창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혼자 작업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언어의 장벽입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누구에게 물어볼 수 없고, 인터넷을 뒤져야 하는데 대부분의 자료는 영어로 되어 있으니까요. 수학적인 부분도 어려웠습니다. 원형으로 터지는 게임 이펙트를 만들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하나하나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삼각함수를 쓰면 한 번에 해결되는 문제였어요. 이런 시간 덕분에 제가 공식을 계산하기보다 무언가가 나타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프로그래밍에서 기획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팀원들과 일할 때는 합의와 설득 과정이 중요합니다. 협업을 하다 보면 가끔 사소한 부분에서 팀 내 의견 대립이 강하게 발생할 때가 있는데요. 옛날 사람들이 괴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오렌지를 먹었다는 이야기에 기반해, 아트 담당자에게 해적 쥐가 오렌지를 먹고 있는 장면을 그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오렌지를 껍질째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을 의도했는데, 팀원은 껍질이 까진 오렌지 조각을 먹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캐릭터와 고증에 기반해야 한다는 의견과 보편적인 사람들이 오렌지를 먹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습니다. 설득과 타협을 통해 팀원들이 저의 의견을 받아 주었지만, 서로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시는 의견 대립이 커지지 않도록 저희만의 규칙을 정해가기 시작했는데, 이런 일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2019년 카셀게임즈는 퓨처랩의 인디게임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스마일게이트멤버십(SGM)으로 활동했는데 어땠나요? SGM이 카셀게임즈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나요?
그럼요! 스마일게이트멤버십은 창작자들에게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게임 개발에만 전념하도록 활동비와 공간을 제공하고, 유저 피드백을 받거나 워크숍, 네트워킹 등을 통해 창작자들이 더욱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인디게임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많아 보여도 막상 해보면 중복지원이 안 되거나 일 처리가 복잡하여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SGM은 다른 지원사업에 비해 프로세스도 간단하고, 창작자들을 많이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SGM의 네트워킹은 정말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셀게임즈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다른 창작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요. 창작자들과 이야기하고 고민을 나누다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는 안도감이 듭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실제 경험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고, 그걸 바탕으로 ‘나는 이렇게 해봐야겠다’는 도전 의식도 생기고요. 특히 창작자들의 연령대가 같아서 공감대 형성도 잘 되고, 다들 수준 높은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확실히 됩니다. 코로나 때문에 네트워킹이 조금 주춤한 것 같지만, 저는 계속해서 SGM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남고 싶습니다.
서로 응원하는 창작 문화를 만들자
국내 게임 개발사의 모범 사례가 되겠다는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카셀게임즈는 인디게임 창작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나요?
모범이 ‘되겠다’기보다 ‘되고 싶다’고 해주세요(웃음). 카셀게임즈는 외부 지원도 많이 받고, 응원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받은 걸 다른 창작자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SGM에도 즐겁게 기부했고, 이제 막 게임 개발에 입문한 창작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창작자들이 서로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래트로폴리스>는 출시 당시 부족함이 많았음에도, 굉장히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카셀게임즈가 다음 스텝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도 생겼구요.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도 누군가가 알아봐 주지 않으면 금방 묻혀 버립니다. 우리가 힘을 모아 좋은 게임을 발굴하고 응원하면 어떨까요?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창작자들이 밀어주고 이끌어주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한편 국내 인디게임 시장에는 유사한 게임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사들이 돈이 되는 것만 만들다 보니 다양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유저들은 점점 국내 게임을 외면하고, 해외 게임을 찾게 되고, 국내 시장은 쪼그라들고… 수익성에서 조금 벗어나 다른 도전을 하는 개발사가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카셀게임즈도 그런 회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인디게임 창작자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예전에는 인디게임 창작자라고 하면,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유저들의 니즈와 투자자의 니즈가 접점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 돈도 벌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창작자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디어와 성실함만 있다면, 게임 창작에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두려워 말고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게임 창작이든 뭐든 건강한 몸과 마음이 받쳐 주어야 합니다.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의 특성상 건강을 꼭 챙기세요. 아프면 머리도 안 돌아가고,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주변에 부정적인 영향만 줍니다. 앞으로 큰 결정을 해야 하는 일도 많을 텐데요. 결정했다면 밝은 미래만 생각하면서 전진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글 | 그림 (퓨처랩 창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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