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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환경 조성] 팬데믹 시대의 창의환경 연구

2021-11-10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와 일상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퓨처랩은 팬데믹 시대를 맞아 지난 일 년 반 동안 비대면 창의환경을 연구했습니다. “퓨처랩을 온라인으로 옮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어놓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창의환경 R&D를 담당하고 있는 윤성이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 고뇌를 전합니다. 

퓨처랩을 온라인으로 옮길 수 있을까?

<퓨처랩의 탄생>을 통해 많은 독자분들이 알고 계시는 것처럼 퓨처랩은 창의환경 연구소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퓨처랩만의 특별한 창의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성(Originality)를 발견하고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각자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각이나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퓨처랩을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공간과 사람, 콘텐츠를 꼽는데요. 


그런데, 팬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온라인을 통해 청소년들을 만나야 하는 도전 과제가 생겼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단순히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하여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퓨처랩의 핵심 요소들이 어우러질 때 일어나는 배움과 경험(직접 조작하고 만들며 체화하는 지식, 다양한 사람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키우는 공감과 소통 능력 등)을 어떻게 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비대면 창의환경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퓨처랩의 비대면 실험 

그림의 탄생 & 예술가의 탄생: 몰입을 이끄는 영감과 도구

하루종일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면 아무리 재미있는 콘텐츠(넷플릭스 킹덤시리즈)라도 흥미가 떨어지고 지치는 것을 느낍니다. 안간힘을 써도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데요. 3시간 이상 모니터를 바라보며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 어렵고(가능하더라도 행복하지 않다!), 단시간의 맛보기 작업으로는 아쉬움만 남길 뿐, 밀도 있는 배움이 일어나기 어렵고… 생각을 조율하며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청소년들을 만날까 고민하던 중(언제나 그렇듯) 지식의 전달이 아닌 창작의 경험을 설계하고자 했습니다. 


그림의 탄생 - 류재훈 작가

<그림의 탄생> 워크숍은 드로잉 기반의 창작 작업입니다. 특정한 드로잉 테크닉을 가르치는 대신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요?”와 같이 해석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는 질문들을 던지거나 문자나 텍스트가 없는 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청소년들이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생각, 다른 감정을 느껴 볼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리고나서 퓨처랩이 미리 보낸 무작위적인 재료를 활용하여 질문에 대한 답이나 영상에 대한 느낌을 드로잉과 메이킹 작업으로 표현했습니다. 무엇을 그릴지나 만들지 주제를 제시하기보다 참여자들이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집중했죠.


자신의 작업에 집중하는 시간

개인 작업 시간에는 반드시 모니터상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야 할 필요도 없고, 주어진 시간은 작업과 휴식 등 원하는 대로 활용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워크숍이 진행되는 3시간 동안 놀라운 집중력과 몰입을 보여주었는데요. 자신의 흥미와 관심사에서 출발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분명한 목표나 동기가 있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제약을 받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M.A.P@HOME: 온라인이기에 익숙한, 온라인이기에 가능한!

청소년들은 이미 다양한 최신 기술을 경험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네이티브입니다. 코딩교육 의무화로 인해 SW교육이 필수 과목이 되었고, 교육 특성상 모니터 속에서 대부분의 활동이 진행되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SW교육이 청소년들에게 익숙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피지컬 컴퓨팅 온라인 워크숍을 기획했습니다. 퓨처랩이 300여 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개발한 SW 창의학습 교구 M.A.P 툴팩을 활용하여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한 창의학습 교구 M.A.P 툴팩

온라인의 가장 큰 강점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퓨처랩이 성남에 위치해 있어 그동안 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워크숍을 통해 대구, 부산, 진주 등 전국의 청소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국BBC교육재단과 협력하여 글로벌 이슈의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마이크로비트 글로벌 챌린지 2021>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구글 어스(Google Earth)로 루브르 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 청소년들의 작품을 전시한 것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온라인 워크숍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요. 청소년들은 온라인으로 영상을 보는데 익숙해서인지 화상회의 프로그램 ZOOM은 능숙하게 사용했지만, USB로 외부장치와 IT기기를 연결하거나 파일을 저장하는 건 어려워 했습니다. 연령별로 컴퓨터 활용 능력의 격차도 컸습니다. 실제 워크숍 진행보다 스피커나 마이크 점검, USB 연결 확인 등 준비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했습니다. 대면 워크숍에서는 다양한 연령의 청소년들이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온라인상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컴퓨터 활용 능력의 작은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에 청소년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온라인 워크숍의 인원을 소규모로 제한하고, 유사한 연령의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원활한 진행을 위해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갖고 워크숍 진행 시에도 별도의 헬프데스크를 운영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했는데요.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온라인 워크숍을 매월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워크숍의 경험과 노하우로 정기 진행하는 M.A.P@HOME

AR 비밀편지: 그런데 꼭 온라인이어야 하나요? 

비대면 워크숍을 고민하며 ‘비대면=온라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마치 함께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구현하(고자 하)는 온라인 도구들이 많이 생겼고, 어느새 익숙하고 편리함을 느끼게 되었으니까요. <AR 비밀편지>워크숍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을 버리고 ‘편지’라는 다소 전통적인 비대면 소통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모두 가상의 인물 J가 사라졌다는 미스터리한 편지를 받았습니다. 각자가 받은 편지와 힌트를 활용하여 편지 속에 숨겨진 내용을 살펴보고, 편지를 보낸 J가 어떤 사람인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지, 각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AR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편지라는 현실 세계를 증강현실, 디지털 세계와 연결해 보았습니다.


‘비대면=온라인’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린 AR비밀편지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우표가 붙은 편지를 처음 받아본다며 들떠 했고, 스팸 편지(!)로 오해하여 편지를 열어보지도 않고 버려버린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편지를 받고, 답장을 쓰고, 다시 답장을 보내기 위해 직접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사고 편지를 부칠 때 청소년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이처럼 퓨처랩이 구현하고자 하는 창의환경은 청소년들이 기존의 방식과 다른 생각과 경험을 하도록 이끄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익숙한 환경과 공간, 생각에서 벗어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흥미와 관심사를 발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B-109와 교신하기: 우리집이 퓨처랩이 된다면? 

“B-109는 퓨처랩 주소지의 일련번호입니다. 이는 마치 행성의 좌표를 떠올리게 합니다. 요즘처럼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하기가 힘들 때, 우리 모두가 홀로 떨어진 채 우주에 떠도는 별들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B-109와 교신하기>는 여러 사람이 공동 작업 공간에 모이기 힘든 상황에서 각자의 생활 공간을 퓨처랩으로 만들면 어떨까 상상하며 기획한 워크숍입니다. 총 4주 동안 참여자들에게 매주 자신의 생활 공간 안에서 창의적 생각을 촉발할 수 있도록 미션을 전달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과 느낌을 온라인 플랫폼에 기록하여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참여자뿐만 아니라 생활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했습니다. 과연 우리집을 퓨처랩으로 만드는 작업, 어떻게 되었을까요?


각자의 생활 공간을 퓨처랩으로 만들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 워크숍은 신청자들이 많지 않아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신청자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한 달 동안 가족의 공동 생활 공간을 바꾸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영향을 받는 일이기 때문에 선뜻 참여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머릿속 상상이나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겨 직접 만들고 행동(!)하는 퓨처랩 워크숍을 생활 공간에서 구현한다면 어쩔 수 없이 가족 구성원들의 불편을 야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비록 진행은 못했지만 워크숍은 대면과 비대면을 넘어 퓨처랩이 지향하는 창의환경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창의환경은 퓨처랩과 똑같은 모습으로 구현된 공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퓨처랩이 가꾸어온 배움의 문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 어떤 장소도 퓨처랩이 될 수 있어요. 이 워크숍을 통해 퓨처랩 같은 공동의 작업 공간의 소중함을 느낀 동시에 어떤 방향, 내용과 방식으로 우리의 문화를 확산하면 좋을지 큰 숙제를 얻었습니다. 

실험은 계속 된다! 아마도… 

전 지구적인 변화(!)를 맞아 절반은 궁지에 내몰린 마음으로 지난 일 년 반 동안 비대면 창의환경을 연구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비대면 상황에서 ‘악기’를 매개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촉진해 본 <블라인드 악기 메이킹>, 대면과 비대면을 오가며 개인 프로젝트를 실행한 <틴즈 썸머 인턴쉽> 등을 진행하며 다음과 같은 비대면 워크숍에 대한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 온라인 작업 시에는 개인마다 접속 기기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접속 환경을 사전 체크하는 것이 필수!

  • 대면 워크숍에 비해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우므로 워크숍 참여 희망자의 동기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

  • 각자의 환경(생활 공간) 안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업 중심으로 콘텐츠 구성 필요!

하지만 누군가 공간과 사람,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일어나는 퓨처랩의 창의환경을 비대면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대면과 비대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어 우리가 청소년들과 나누고 싶은 대화와 경험이 무엇인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답을 찾는 퓨처랩의 실험은 계속될 것입니다.  

글 | 윤성 (퓨처랩 창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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