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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스터디] 천진난만한 코딩

2021-07-05

"그러지 말고 직접 코딩을 한번 해보세요!"

퓨처랩을 만나기 전까지 제가 느끼는 코딩은 흥미진진한 '창작' 활동이기보다는 복잡한 '기술'에 가까웠습니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즐겨온 저에게 빈 도화지와 빈 종이는 그다지 두려운 대상이 아니었지만, 컴퓨터의 검은 화면은 항상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거든요. (의문의 영어와 숫자가 뜨면 더더욱 어쩔 줄 몰라하죠!)  

얼마 전 저를 긴장 시켰던 검은 화면입니다. 


그런데 퓨처랩 팀원들은 스스럼 없이 "그러지 말고 직접 코딩을 한번 해보세요!" 권하는 것입니다. 그 천진난만한 제안에 저도 덩달아 조금은 유쾌하게 코딩의 세계에 덤벼들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퓨처랩이 400여명의 참여자들과의 워크숍을 거쳐 탄생시킨 M.A.P.(Make and Play) 코딩 교구가 저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어 주었습니다. 이 친구라면 좀 건드려보고 싶었거든요.

20분 정도 가이드를 따라 마이크로비트(초소형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해 블록코딩 예시활동을 몇 가지 따라 해보고 나서는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빛 센서를 감지해 전구를 켜지도록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빛센서 값을 조절하는 방법도 알았고, 전구에 불을 켜는 방법을 알았으니 생각보다 간단할 줄 알았지만 20분은 족히 씨름을 했습니다. 두 도식을 연결하는 방식은 튜토리얼에 나와있지 않았거든요!


40분의 사투 끝에 맛 본 성취

어두워지면 전구가 켜지는 것 까지 성공했는데, 다시 주변이 밝아져도 전구가 꺼지지 않는 사태도 벌어졌고, 왜 때문인지 어두워져도 전구가 안 켜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전선 연결 불량인지, 제 코딩 방식의 문제인지 알 길이 없어서 한참 헤매다가... 드디어!

전구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무려 빛 센서를 통해 조도를 감지해서, 어두울 때만 켜집니다. 심지어 불빛이 반짝반짝거립니다. 너무 신이 나서 동영상 촬영을 하고는 정말 뿌듯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생애 첫 블록 코딩 프로젝트 - 주변이 어두워지면 켜지는 전구 불, 40분 만에 성공! 


다음날, 뭔가 또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리라 다짐하고, 이번에는 흔들림을 감지하도록 했습니다. 오! 흔들리면 불이 켜지고, 멈추면 꺼집니다. (이번에는 제법 빨리 성공했습니다!)


여기까지 해보고나니 이 반짝이는 것으로 무언가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주변의 조도와 흔들림을 감지해 '어두운 곳&흔들림'이 있을 때 전구가 켜지도록 할까? (이건 그런데 아직 제대로 성공을 못했습니다...) 몇 번 시도하다 잘 안되더군요. 제 옆에 도움을 줄 테크니션 급 동료가 마침 그날 재택 중이라 깔끔하게 포기하고, 우선 제가 구현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번에는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퓨처랩을 한 바퀴 돌면서 적당한 크래프트 재료를 찾아나서기 시작했죠. 어느새 제 창작 욕구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주변이 어두워져야 켜지는 전구가 장착된 트로피(?)가 탄생했습니다. 오, 세상에! 때에 맞게 반짝이는 아름다움이란!



응원봉을 의도했지만, 트로피가 되어버린 첫 작업

고백하자면, 대학교 때 미디어 작업을 해보겠다고 processing이라는 프로그램 언어를 다루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공학 전공을 하고 다시 아트 스쿨에 온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지금 같으면 신나서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같이 작업을 해나갔을텐데, 그때는 그저 주눅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냥 미디어가 아닌 다른 매체를 선택하게 되었죠. 죽었다 깨어나도 그 친구들 만큼 프로그래밍 언어를 마스터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제가 회화를 했지만 회화의 기술을 마스터한 적이 없고, 글을 쓰지만 글쓰기의 기술을 마스터한 적도 없습니다. (도대체 그 기술을 마스터 한다는 것이 뭘까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애를 쓰다 보면 어느새 저에게 필요한 그림을 그리는 기술, 글쓰는 기술이 조금씩 쌓여왔던 것일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작업과 동떨어져서 존재하는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기술 목록'이란 것은 애초에 없는데 말이죠. 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기술과 방법은 변화하고 업그레이드 되어갈텐데, 그 모든 것을 익힐 때까지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이미 길을 잃고 말지 않을까요?


 
M.A.P을 갖고 만든 창작물 (제 작품은 아닙니다...) - LED 화면으로 캐릭터의 코를 표현했다 

결국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만들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우리는 우리에게 각자의 몸에 맞고 필요한 삶의 기술, 작업의 기술, 창작의 기술을 체득해가는 것 같습니다. 코딩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할 때, 나무를 깎고, 물감 색을 배합하고, 소리의 조화를 찾고, 맛의 간의 맞추고, 몸의 움직임을 탐구하는 그런 우리의 모든 궁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에필로그: 올 여름, 퓨처랩에 놀러오실 선생님 계신가요?

몇 주 후 7월의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 소프트웨어 교육을 해왔거나, 이제 막 시도하기 시작한 선생님들이 2박 3일간 퓨처랩을 자신의 작업실 삼아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수행해보는 실천연구캠프가 열립니다. 혹시 저의 깜찍한 응원봉, 아니 트로피를 보고 도전 욕구가 샘솟았을 선생님들에게 수줍은 초대를 전합니다.


교육자 그룹을 비롯해 더 많은 분들과 창의학습 환경조성 무브먼트를 일구어나가기 위해 퓨처랩에서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Future Learning Collective 발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7월 실천연구캠프는 그 첫발을 함께 내딛는 자리가 됩니다. 

▶ [안내] 퓨처랩 교육자 실천연구캠프


글: 미녀 (퓨처랩 창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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