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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스터디] 아니 근데, 창의성이 뭐죠?
<딴짓스터디>는 퓨처랩 스태프들의 몸과 마음을 딴딴하게 만들어 주는 딴짓, 딴생각, 딴지, 그리고 딴쓰(?)까지 나누는 지면입니다.
주입식 교육 세대의 창의성 탐구
안녕하세요! 퓨처랩에 새롭게 합류한 그림입니다. 이전에는 7년 동안 공익재단에서 일하며 사회 변화를 만드는 시민들의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을 연결하고, 더 많은 역할과 권한을 위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퓨처랩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저의 경험이 어떻게 ‘아동·청소년을 위한 창의환경 조성’이라는 퓨처랩의 목표에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튀어나온 질문이 있었습니다.
“아니 근데, 창의성이 뭐지?”
분명 아는 단어이고 평소 자주 쓰는 용어인데 새삼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조직이나 사람이 필요에 따라 다양한 개념으로 사용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흔한 레토릭이 된 것 같습니다. 좀 있어 보이고 싶을 때 별생각 없이 ‘창의적인’이라는 말로 문장이나 단어를 꾸미는 거죠.
하나 더 고백하면, 저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입니다. 창의학습을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어 ‘창의성’을 글로 배운 느낌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과거의 저도 조금은 창의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는 퓨처랩에서 창의성에 대해 꾸준히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이 과정을 [퓨:레터]의 구독자들에게 종종 나누려고 해요. 오늘은 개인적 경험을 통한 단상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혼자서 잘 노는 아이
창의성에 대해 생각하다가 오래전 인도 배낭여행 중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던 카즈키라는 4살 남자아이입니다. 어느 날 같은 숙소에 머물던 여행자들이 즉흥적으로 작은 파티를 벌였습니다. 각종 악기를 두들겨 만든 무국적 음악과 맥주 한 병에 수다가 끊이질 않았죠. 어른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카즈키는 무척이나 심심해 보였어요. 그도 그럴 것이 또래 친구는커녕 장난감조차 없었으니까요.
저녁 내내 부모님 주변을 맴돌던 아이는 어른들의 파티가 쉬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직감했는지, 혼자 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선가 자기 몸보다 큰 빗자루를 끌고 와 바닥을 쓸었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처럼 빗자루를 타고 돌아다니고, 마침내 빗자루를 친구삼아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혼자서도 잘 노네. 아이를 힐끔거리던 저는 불현듯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느 철학자는 새로운 접속과 배치를 통해 창조가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카즈키는 빗자루와 매번 다른 접속을 시도하고, 청소도구, 이동수단, 친구 같은 다양한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사물의 특성이나 용도를 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창의성이란 정형성에서 벗어나 비정형성을 탐구하는 것, 정해진 경로를 기꺼이 이탈하고, 경로를 재탐색하며(접속과 배치를 새롭게 하고) 새로운 관계와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아닐까요?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어린 길동무에게서 얻은 깨달음을 환기하고 제 자신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졌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십수 년이 흘렀고, 그동안 저는 서글프게도 길을 둘러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효율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어떻게 하면 더 빨리 갈 수 있을까 고민하죠. 낯선 길로 성큼 들어서서 모험을 떠나기는커녕 익숙한 길의 풍경이나 계절의 변화에도 둔감해졌습니다.
여행자는 길을 잃고 헤매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길 위에서 우연한 만남과 의외의 즐거움이 있을지도, 어쩌면 놀라운 풍경이 나타날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울퉁불퉁한 비정형의 공간, 퓨처랩에서 다시 여행자가 되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청소년들과 함께 정해진 경로를 조금씩 벗어나 보고, 다양한 경로를 기웃거려볼 작정입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오랜 관성을 한번에 부수기 쉽지 않겠지만, 작은 균열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무엇을 발견할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여러분도 저의 여정을 응원해 주세요!

글 | 그림 (퓨처랩 창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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