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4

[창작]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학습 방식을 바꾸는 하나의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올해 초, 퓨처랩은 청소년들과 함께 AI 활용 청소년 영상 창작 워크숍을 시도했습니다. 이 워크숍은 단순히 AI를 도구로써 배우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창의적인 파트너로 인공지능을 받아들이고, 함께 협업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실험이었습니다.



AI와 창작이 연결되는 배움


블룸의 신 교육목표 분류학(Revised Bloom’s Digital Taxonomy)에 따르면 창작(creating)은 학습의 최종 단계입니다. 창작은 단순히 정보를 수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사고의 깊이를 확장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예술에서의 창작은 조금 다릅니다. 평가보다 표현의 감각과 의미 있는 실험을 중시합니다. 퓨처랩은 두 길의 차이를 인식하면서, 그 경계 위에서 새로운 창작 경험에 도전했습니다.


이 도전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AI가 생각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창작’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퓨처랩은 이에 대해, 지식을 습득하기 보다 어떻게 AI를 사용하여 내 생각을 표현하고 재구성할 것인지, 즉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지에 주목하였습니다.

교육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청소년들이 창작자가 되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보냈습니다.


  • 무엇을 말할 것인가? (메시지)
  • 어떤 시선으로 보여줄 것인가? (관점)
  •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표현)


이 모든 과정은 청소년 창작자 스스로가 주도했습니다.

그 결과, 각자의 시선과 감각이 오롯이 담긴 단편 AI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이 안에는 배움과 성장의 흔적이 담겨 있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발견하는 항해

(1) 항해의 준비물: 프로젝트, 퍼실리테이터, 인공지능
 

이번 워크숍은 청소년 창작자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창작의 여정을 보낼 수 있도록 세 가지 준비물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준비물인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Project-Based Learning)은 그 여정을 설계하는 지도와 같았습니다. 청소년 창작자들은 주도적으로 주제를 탐색하고,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나만의 시선에서 빌런을 해석하고, 이를 테마로 한 영상 창작하기’라는 목표 아래, 저마다 개성 있는 상상력이 펼쳐졌습니다. 그 결과, 빌런 아카데미에 입학한 주인공부터 사회적 시선 속에 가면을 쓴 소녀 등 독창적인 이야기들이 탄생했습니다.

두 번째 준비물은 퍼실리테이터, 즉 나침반같은 존재였습니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창작자 곁에서 질문과 피드백을 건네며, 스스로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이었습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청소년 창작자가 자신의 경로를 탐색하고, 사고를 확장해갈 수 있도록 유도하며, 그 과정에서의 선택 역시 스스로 판단하게 했습니다. 이는 청소년 창작자가 자기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은 창의적 파트너로서의 동료였습니다. Chat GPT, Midjourney, Kling ai 등 다양한 생성형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청소년 창작자들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상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나갔습니다. 어떤 청소년은 AI와 대화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했고, 또 어떤 이는 어렴풋한 이미지를 실제 장면으로 구상했습니다. 이렇듯 AI는 창작자의 감각을 자극했고, 때로는 예기치 못하게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동료였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넘어선 협업은 창작자의 리듬과 스타일대로 AI를 활용하는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하였습니다.


(2) 파운데이션: 과학적 사고와 예술가적 태도 

무엇보다 중요한 출발점은 고유한 시선과 감각을 어떻게 깨울 것인가였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파운데이션이라는 탐색 단계를 마련했습니다. 파운데이션은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선에서 일상을 바라보는 연습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워크숍의 디렉터 남기륭 작가는 파운데이션을 이렇게 소개하였습니다. 

“파운데이션을 다른 말로 바꾸면 디톡스 또는 체질 개선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작은 것에 집중하고, 무계획과 즉흥으로, 무책임하지만 솔직하게 생각을 쏟아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나의 일상을 목격한 어떤 <물건>에 빙의해 글을 써보기도 하고, 지구 어딘가 무작위 장소에 떨어져 그곳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특이한 영화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즉흥적인 꼴라주 끝에 한 편의 시를 써보기도 했습니다.“

퓨처랩의 파운데이션은 과학적 사고로 관찰하고, 예술가적 태도로 표현하는 창작의 기초 훈련이었습니다. 즉흥적으로 상상하고 표현하면서 익숙해진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 즉 파운데이션은 자유로운 실험 속에서 자기만의 감각과 언어를 찾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단지 표현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 이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연결해 나만의 기준을 발견하고자 했습니다. 

(3) AI 특별전: 나만의 언어로 세상과 연결되기 

 

영화제라는 사회적 무대는 한 편의 항해를 마무리 짓는 동시에,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하는 상징적 장소였습니다. 지난 7월 12일,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에서 열린 ‘퓨처랩 청소년 AI 시네마 특별전’에서는 총 7편의 단편 AI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청소년 창작자들은 어엿한 감독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 앞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작품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는 자신들이 직접 겪은 창작 과정을 들려주었습니다. AI와 작업하며 느꼈던 기대와 시행착오, 고민 끝에 찾아낸 메시지 등 그 모든 경험이 언어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이어 열린 포럼 에서는 AI 창작과 관련된 보다 깊은 주제를 관객들과 함께 논의하였습니다. 그 논의에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도 ‘내 것’이라 느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존재했습니다. 이에 대해 청소년 감독은 마음에 드는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차례 프롬프트(명령어)를 수정한 경험을 공유하며,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점차 자신의 언어와 감각이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어떤 결과물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창작자의 몫이었기에, 자신의 창작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생성형 AI가 더욱 정교해진다면 창작물에 워터마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문제였습니다. 이는 인간과 기계라는 창작 주체가 모호해지는 상황 속에서, 누가 만들었는지 식별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송길영 작가는, 현재는 인간 대 인공지능이라는 대립구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AI가 더 많이 상용화된다면 이처럼 구분지으려는 현상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곧,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논의보다 ‘무엇이 만들어졌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 무대는 단순한 결과 발표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창작자로서 작품을 통해 ‘나’를 드러내어 타인과 연결되는 순간이자, 청소년 개인의 서사가 확장되는 성장 스토리였습니다. 이렇게 AI 특별전은 영화제 상영을 넘어, 인간과 기술이 창작을 매개로 연결되는 가능성을 보여준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이번 워크숍은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작은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그 질문은 더 크고 복합적인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생성형 AI가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내고,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배움을 익혀야 할까요?


퓨처랩은 그 여정 속에서 하나의 믿음에 도달했습니다.


AI 시대의 창의성은 고유한 나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일 수 있다.


이는 단지 기술을 잘 다루는 능력을 뜻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선택하며, 그 안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힘—그것이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퓨처랩은 앞으로도 이 방향을 바탕으로,

기술이 고도화되는 시대에도 자기 중심을 지키며 새로운 기술과 환경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창의적 배움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가겠습니다.


글 | 창작팀 피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