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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생태계 활성화] 인디게임 창작자들의 축제, '버닝비버(Burning Beaver)' 기획 후일담

2023-02-13

지난 12월, 인디게임 창자자들의 열정과 도전, 실험정신을 담은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인디게임 페스티벌.<버닝비버 Burning Beaver>가 첫선을 보였습니다. 가로수길 오프라인 행사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일 동안 8,000여명이 현장을 찾아 뜨거운 호응을 받았습니다. <버닝비버>의 성공적인 개최 뒤에는 지난 12년간 인디게임 창작자들을 지지하고, 곁에서 함께 성장을 지원하는 일에 진심을 다해온 스마일게이트의 경험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떤 고민과 과정을 통해 <버닝비버>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퓨처랩 창작팀 포포와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좌) <버닝비버>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포포 (우) '비버들의 밤' 개막식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포입니다. 기고는 몇 차례 했는데, 이렇게 인터뷰로 만나게 되는 것은 처음이네요.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적인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스마일게이트멤버십(SGM)부터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버닝비버>까지, 창작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임잼 스태프로 일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상금이나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데도 순수한 재미를 목적으로 창작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청소년, 게임학원 강사, 현업 게임개발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창작자들이 모이는데 바쁜 와중에도 창작자의 꿈을 버리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분들의 열정을 지원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SGM, 게임잼 등 인디 게임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해 왔는데, 이렇게 규모가 큰 인디 게임 페스티벌을 런칭하는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창작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SGM을 진행하면서 창작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해왔고, 매년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나가며 프로그램을 고도화시켜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디 게임 창작자들에게 유저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점을 알게되면서 항상 아쉬웠습니다. 


인디 게임 페스티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초기 단계의 팀에게는 여전히 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 분들을 위한 자리를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SGM 오픈베타데이, 챌린지, 게임잼 등 인디게임 창작의 세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과 행사들을 한데 모아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주간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아예 인디게임 창작자를 위한 페스티벌을 새롭게 만들게 되었어요. 


(좌) 버닝비버 마스코트와 NPC 크루 (와) '비버들의 밤'에 참여한 비버들 

 

이름이 참 독특해요, <버닝비버>라는 이름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자력으로 몸집의 200배에 달하는 댐을 만들어내는 비버의 모습이 게임을 완성해 나가는 창작자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작명 과정에서 정말 많은 후보를 두고 고민했어요. “창작자들을 보고 있으면 어떤 동물이 떠오르냐?”는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처음에는 다람쥐를 생각했어요. 묵묵히 도토리를 모으는 모습이 창작자들과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 리서치를 계속해 나가면서 다람쥐와 비슷한 모습의 비버가 자기 몸집의 200배 크기에 달하는 댐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력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인디 게임 창작자들과 무척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비버를 메인 캐릭터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비버를 수식할 수 있는 표현도 고민했는데, 저희가 매번 강조해왔던 창작자의 ‘열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크레이지(crazy), 매드(mad) 등등 여러 후보를 두고 고민하다가. ‘불타는’ 이란 뜻의 ‘버닝(burning)’을 선정했어요. 열정적으로 일을 끝마쳤을 때 ‘불태웠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잖아요. 저희가 만났던 창작자들도 며칠 밤을 열정적으로 불태우곤 하는데, 그렇게 열정을 뜻하는 ‘버닝’과 창작자들과 비슷한 모습의 동물 ‘비버’가 합쳐져 <버닝비버>라는 이름이 탄생했어요.



인디게임 창작자들의 열정을 지지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페스티벌의 취지가 <버닝비버>라는 이름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창작자들이 관심을 보여주셨다고 들었어요.


오프라인 80팀, 온라인 150팀이 참여하였습니다. 게임 창작자들이 좋은 피드백을 얻어가는 것이 목표였기에,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팀들도 온라인을 통해 피드백을 받을 기회를 드리고자 했습니다. 데모 버전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고, 한 달여 간의 온라인 행사 기간 중에도 계속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오프라인 참여팀의 경우 자신들의 게임을 소개하는 일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작게는 식사 지원부터 3일의 행사 기간 동안 팀이 묵을 수 있는 숙소를 무상 제공해 드렸고, 게임 시연을 위한 기기도 최소 한 대씩 대여해 드렸어요. 창작자 분들도 기본적인 것을 잘 챙겨드린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비버들의 밤’이라는 네트워킹 행사도 두 차례 개최했습니다. 정말 많은 창작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유저들을 맞이하느라 정작 서로 교류할 기회가 없다면 너무 아쉽잖아요. 창작자 분들도 이런 기회를 무척 기다렸는지, 종일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많이 피곤하셨을 법한데 매일 200분 넘게 참여해 주셨어요. 또한 최대한 많은 유저에게 피드백을 받을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죠. 관람객들은 게임을 보다 쉽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행사장 분위기와 창작자들은 더 많은 유저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참여 장치를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버닝비버> 행사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

 

보통의 박람회장에서 열리는 게임쇼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라고 느껴졌어요. 인디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한번 들러보고 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창작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디게임을 사랑하고 창작자를 응원하는 유저들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게임을 문화로 향유하기보다 단순히 소비하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있지만, 게임은 수 많은 창작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응축된 하나의 종합예술이잖아요. <버닝비버>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매력을 발견하고, 창작자들의 열정을 함께 응원하고 즐기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길 바랬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유저, 논유저, 다양한 시각의 의견을 청취해서 게임쇼가 낯설고 어려운 행사로 느껴지지 않도록 공간 기획이나 행사장 무드, 이벤트 요소를 공들여 설계했어요. 


현장 스탭도 마치 놀이동산의 크루처럼, 버닝비버 월드의 안내원을 콘셉트로 NPC라는 이름의 현장 스태프를 배치하고 3개 층으로 이루어진 행사장의 공간적 특성을 살려 지도를 따라 구석구석 숨어있는 게임을 찾는 과정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여 행사에 대한 흥미가 게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했습니다. 유저 피드백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게 ‘B token’이라는 이벤트 장치를 추가하여 더 많은 관람객들이 게임을 플레이를 하도록 독려했습니다. 또 게임 분야 별로 구역을 나누지 않았던 것도 나름의 의도가 있었는데 유저들이 장르로 게임을 판단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도 했고, 사실 인디게임의 독창성을 장르로 나누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첫 발을 내딛었는데, <버닝비버>를 통해 궁극적으로 해나가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버닝비버>를 통해 인디게임을 즐기고, 나아가서는 이것을 만드는 사람에 관한 관심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영화도 처음에는 재미로 보기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출연자, 기획 배경으로 그 관심이 발전해 나가잖아요. 인디게임을 문화로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창작자로서 갖고 있는 열정이 더 주목받는 시기가 오길 바래요. 실제로 게임 속 움직임 하나하나에 큰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거든요. 굉장히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논의하고 몇 개의 버전을 만들고 수정하면서 한편의 게임이 만들어지는데, 사실 유저 입장에서는 결과물만 확인하다 보니 이런 부분은 알기 힘들죠. 


초기 버전 게임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기록한 ‘버전 0.0.1’ 전시가 <버닝비버>가 추구하는 바를 잘 보여주는 전시였다고 생각해요.  바로 이러한 인디 게임 창작의 정신을 담았습니다. 게임 개발 초기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창작자가 느꼈던 고민, 기획 의도가 담긴 녹취록도 들어볼 수 있죠. 정말 오랜 시간의 노력과 고민을 통해 게임을 완성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싶었어요. 게임 뿐만 아니라 그 창작의 과정을 함께 응원하고 즐겨주는 유저들이 많아지고,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버닝비버>가 10~20년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분명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디 게임을 창작하고 즐기고 사랑하는 커뮤니티 자체가 창작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창작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결국 지지와 응원이라고 생각해요. <버닝비버>에서 ‘비버 피쳐드’라는 상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게임의 재미나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제 3자의 평가가 아니라 동료 창작자들이 응원의 마음으로 주는 상이에요. 피드백도 중요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응원은 정말 값진 경험이 되잖아요. 저 역시 그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사람으로 꾸준히 남고 싶고, 내부적으로는 단단한 창작자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외부적으로는 유저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버닝 비버>가 바로 그 둘을 모두 충족하는 행사였고, 그런 면에서 의미가 컸다고 생각해요.


버닝비버 게임잼 '비버잼' 현장


지금 이 인터뷰를 만나고 있을 독자들 중에는 게임 창작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나 청소년을 자주 만나는 교육자나 부모들도 많이 계실 거 같아요. 게임 창작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키워가면 좋을지 궁금해 하실 거 같은데, 어떤 말을 해드리고 싶나요?


일단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게임 창작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스마일게이트 챌린지나 게임잼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나이, 직업 제한이 없이 게임창작을 경험해 보고 싶은 모든 분들을 환영해요. 작년 <버닝비버> 게임잼의 경우 참여자 중 약 20%가 청소년이었어요. 게임 창작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현재의 나이나 직업과 관계없이 멋진 협업이 일어나거든요. 그러니 꼭 오셔서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스마일게이트 챌린지는 3~4개월에 걸친 장기적 프로젝트로 게임 창작자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합니다. 챌린지는 올해 5월쯤, 비버잼은 10~11월 사이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인디게임 장학팀’ 프로그램도 만 16세부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게임 스터디 챌린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게임 공부 계획서를 제출하시면, 이에 맞춰 공부하고 계시는지 저희가 확인도 해드리고, 알림도 보내드려요. 학습한 내용을 스토브 인디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서로 만날 기회도 많이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오셔서 도움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인디게임 창작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거예요. 가끔 지원사업에서 탈락하시면 그것을 본인의 성적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한정된 인원을 선정하다 보니 아주 간소한 차이로 안타깝게 탈락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은데 프로그램 운영자로서 매번 죄송하고 아쉽습니다. 기회는 계속 있거든요. 몇번의 탈락을 경험한 후에 다시 만나게 되는 분들을 보면 그래서 더 반갑고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저희 창작팀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게임 창작에 대한 고민이나 어려움 있으신 분들 꼭 저희 창작팀의 문을 두드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또, 이 글을 읽는 유저분들이 퓨처랩 홈페이지, 퓨:레터 등을 통해 전달되는 창작자분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버닝비버> 2023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관련 링크 및 영상

- <버닝비버> 웹사이트: https://burningbeaver.com/

- <비닝비버> 현장스케치 영상


인터뷰 진행: 창의팀 미녀 

글: 인빈, 창의팀 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