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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환경조성] 실패가 즐거운 문화 - MGC 2022 청소년 해커톤

2022-06-06

퓨처랩은 영국 BBC마이크로비트교육재단과 협력하여 전 세계 50여 개국 어린이, 청소년들이 SW기술로 전 지구적 문제의 해결에 도전하는 글로벌 페스티벌 <마이크로비트 글로벌 챌린지>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4일, 퓨처랩에서 개최한 해커톤을 통해 한국 청소년 66명이 함께 이 챌린지에 도전하였습니다. 14~19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청소년들이 함께 어우러진 8시간 해커톤 현장이 어떻게 준비되었고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퓨처랩의 해커톤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에 의한 창의적 문제해결의 장

해커톤(Hackathon)은 해킹과 마라톤을 합친 단어로 마라톤처럼 정해진 긴 시간 동안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도전하는 자리입니다. 해킹이라는 말 때문에 반드시 기술을 다루어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해킹의 뜻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해커톤에서 반드시 어떤 소프트웨어 기술을 포함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해커톤은 다양하고 열린 관점으로 토론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아이디어를 모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는 창의적인 시간입니다. 

 

하지만 많은 해커톤이 문제 해결보다는 기술 구현에 초점을 맞추거나, 단순히 긴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이 모여 경쟁적인 분위기로 문제 해결에 도전해보고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해커톤은 즐겁게 자기 손으로 직접 문제 해결에 도전하며 함께 성장하는 문화가 핵심인데 말이죠!  

 

퓨처랩은 <마이크로비트 글로벌 챌린지> 청소년 해커톤이 UN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된 글로벌 문제에 대해 또래 친구들과 함께 도전하는 축제의 장을 통해 자신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발현할 수 있는 창의적 환경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이를 위해 처음 만나는 참여자들끼리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 따로 또 같이 자유롭게 프로젝트 기획과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해커톤이 추구하는 문화와 가치를 어떻게 잘 살리고 적용할 수 있을까 고심하며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였습니다. 


실패가 환영받는 자유롭고 유쾌한 축제

해커톤에서 자유롭고, 실패를 환영하는 안전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무척 중요합니다. 마음의 부담을 덜고 어렵고 지난할 수 있는 도전의 과정에 참여자들이 기꺼이 임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작게는 간식, 웰컴키트, 자리 배치 등 환경적인 요소부터, 참여자들이 편안하게 대화하고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서로 닉네임을 사용하거나, 자신의 작업 페이스에 따라 편히 쉴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표 등 운영 문화를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교류와 협업을 독려하기 위한 촘촘한 기획과 동선 설계

퓨처랩의 공간은 애초에 어린이 청소년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창의 환경을 탐구한 1년간의 실험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곳에 들어온 누구나 편안하게 공간을 오가며 친구들과 대화하고, 자연스러운 협업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퓨처랩 공간의 특성을 해커톤에서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작업 공간을 불규칙하게 두거나, 프로젝트 진행 시 공통으로 사용해야 할 재료를 공간 중앙에 배치하였고, 간식과 식사는 작업 속도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를 위한 촘촘한 설계를 했습니다. 

 

이번 해커톤은 마이크로비트나 SW경험과 관계없이 참여가 가능했는데요, 1/3정도는 마이크로비트 경험이 전혀 없는 친구들이었습니다. 다양한 경험치를 고려해 단순히 코딩의 기능을 배워보는 대신 아이스브레이킹 활동과 결합해 마이크로비트를 재밌고 자연스럽게 익히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비트 입력 버튼을 활용해 O, X 퀴즈를 풀어보거나, 흔들었을 때 LED화면에 랜덤으로 출력되는 숫자를 따라 모인 그룹들이 공간 곳곳으로 흩어져 가볍게 대화를 나누어보는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처음 보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말을 트고, 어떤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는지 알아가며 다소 어색했던 분위기가 한층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활동하는 아이들 모습 : 자유로운 분위기는 사실 촘촘한 기획과 설계에서 시작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각을 모으고, 도전을 시작하는 계기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여러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살펴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동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풀기 어려웠던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 관심있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커다란 응원이 됩니다. 해커톤은 내가 관심있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나고 문제를 해결해보는 도전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누가 더 나은 해결책을 도출하는지 보다, 정말 그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생각, 경험, 아이디어를 가지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더 명확히 인식하게 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해커톤을 통해 새로운 영감이나 질문을 얻은 사람들은 해커톤이 끝나도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갑니다. 해커톤은 도전이 끝나는 곳이 아니라, 시작되는 곳인 셈이죠.


처음 만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

그럼에도 많은 해커톤 행사들이 해커톤의 형태를 가진 기술 경진대회처럼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회 문화가 익숙한 친구들은 보통 이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아는 친구들과 팀을 이뤄 미리 주제와 문제 해결 방법을 결정하고 대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해커톤에도 친구들과 함께 신청하거나 동아리 단위 참가가 꽤 있는데요. 퓨처랩에서는 최대한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다양하게 나누는 과정을 통해 미리 계획한 프로젝트를 이어가기 보다는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진 또래와 함께 챌린지에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처음 본 동료 챌린저들과 함께 SDGs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키워드가 제안된 ‘문제의 벽’을 통해  각자 관심있는 주제를 골라 토론해볼 수 있는 SDGs 토크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이를 통해 상상해보고 이야기 나눈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공유하는 ‘아이디어의 벽’도 마련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청소년 참여자들은 상호 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간 덕분인지 절반 가까운 참여자들이 완전히 처음보는 동료들과 팀을 이루어 챌린지에 임했습니다.



관심있는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아이들 모습 : 새로운 동료를 만나 문제 해결에 함께 도전하게 되는 순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며 생각을 구체화하기 

해커톤에서는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제공해 머리로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면서 보다 창의적인 문제해결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재료가 다를 수 있고, 또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활용하다 보면 자기 아이디어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함께 질문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테크 서포터

퓨처랩은 해커톤에서 청소년들이 소프트웨어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자기표현의 도구나 세상과 관계 맺는 수단으로 활용해보며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경험을 하길 바랐습니다. 이를 위해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자신이 인식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표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청소년과 퓨처랩 스태프가 프로젝트 테크 서포터 역할을 하면서 기술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함께 해결방법을 찾아가고, 자신의 생각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프로젝트 창작이 시작되고 많은 친구들이 “이걸 할 수 있는 센서나 전자 부품 있어요?”를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해커톤의 방점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방법을 구현하는 것보다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애초에 무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다시 질문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질문을 통해 자신이 생각한 해결 방법을 구현하거나 보여주는 데 정말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리하는 과정을 함께 하며 주어진 여건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재료나 도구를 탐색해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풍부한 아이디어 표현과 창작이 가능하도록 무작위적 재료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습니다. 다행히(?) 어느새 많은 참여자들이 퓨처랩 주방 찬장부터 쓰레기통까지 마음껏 뒤져가며 필요한 재료들을 공수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퓨처랩 한 가운데 자리한 철물점에서는 기존에 접하기 쉽지 않은 도구를 만지고 목공 작업 등으로 직접 프로젝트에 필요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이 가능하게 만들기보다는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다양한 재료나 마이크로비트의 기능을 결합해 우리의 아이디어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는 게 성취도 있었습니다. 또,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더 탐구해야 할지 알 수 있었어요.” 


테크 서포터와 철물점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구체하 시켜나가는 아이들 

 



누구나 즐겁게 함께할 수 있는 창의 환경 확산을 위해 퓨처랩의 실험은 계속됩니다. 

 

해커톤 참여 청소년들을 통해 받은 피드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또 참가하고 싶다.”였습니다. 퓨처랩이 해커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어떤 시도도 환영 받는 안전한 환경 안에서 도전하며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 공간, 다양하고 풍부한 재료를 제공하고 난관을 만났을 때도 도움을 요청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동료 스태프들의 존재가 참여자들에게도 좋은 챌린지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열을 가리는 대회나 경쟁의 방식에 익숙한 친구들도 자신의 계획에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동료들과 협업해보며, 해커톤의 무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제공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서로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교류하고, 단숨에 해결하기 어려운 도전의 과정에 유쾌하게 임하며 다른 챌린저들과 진정한 동료가 되어보는 해커톤의 매력. 퓨처랩은 이번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문화를 누구나 가까이서 경험하고 자신의 일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더 고민하며 창의환경의 실험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66명의 청소년 챌린저들과 함께

 

 


글ㅣ소소(창의팀)


✅ 마이크로비트 글로벌 챌린지 2022: www.mgc20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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